은퇴한 뒤 한 달에 최소 얼마가 있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보통 월 240만 원이라는 숫자가 답으로 돌아옵니다. 이 돈은 혼자 쓰는 생활비가 아닙니다. 은퇴한 사람들이 실제로 쓴 평균도 아닙니다. 아직 은퇴하지 않은 가구주가 "은퇴하면 나와 배우자 둘이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예상해서 답한 금액입니다.
그래서 연금이 이 돈에 얼마나 못 미치는지를 바로 빼서 구하면 숫자가 어긋납니다. 실제로 더 크게 비는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가장 오래 다닌 일자리를 그만두는 때부터 연금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까지의 몇 년입니다.
240만 원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말한 숫자인가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은퇴하지 않은 가구주에게 은퇴 뒤 부부에게 필요한 생활비를 물었습니다. 최소생활비는 월평균 240만 원, 적정생활비는 336만 원이었습니다(서울신문 보도). 둘 다 '이만큼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치이고, 기준 단위는 부부입니다.
예상과 실제가 얼마나 다른지는 같은 조사의 은퇴 나이에서도 보입니다. 은퇴하지 않은 가구주는 68.3세에 은퇴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미 은퇴한 가구주가 실제로 은퇴한 나이는 62.8세였습니다. 일을 그만두는 때가 생각보다 대여섯 해 이르다는 뜻이고, 이 차이가 뒤에서 말할 빈 기간과 이어집니다.
이미 은퇴한 가구의 형편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답이 57.0%였고, '여유 있다'는 10.5%에 그쳤습니다. 생활비 출처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 은퇴 가구의 생활비 출처 | 비중 |
|---|---|
| 공적 수혜금 | 31.9% |
| 공적연금 | 29.5% |
| 가족 수입·자녀 용돈 | 24.3% |
| 기타 | 8.9% |
| 개인 저축·사적연금 | 5.4% |
공적연금이 생활비의 셋 중 하나에도 못 미치고, 넷 중 하나는 가족에게서 나옵니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는 2025년 12월 4일에 발표됐지만, 정책브리핑 안내 본문에는 노후 생활비 수치가 실려 있지 않습니다. 2025년 조사의 최소생활비가 240만 원에서 바뀌었는지는 아직 공식 안내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금에서 240만 원을 빼면 안 되는 이유
연금 쪽 숫자를 보면 이렇습니다. 2026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55~79세 가운데 지난 1년간 연금을 받은 사람은 52.7%였고, 받은 사람의 월평균 연금은 88만 원이었습니다(1년 전 86만 원). 여기서 "240에서 88을 빼면 매달 152만 원이 모자란다"고 하고 싶어지지만, 그렇게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240만 원은 부부 둘의 예상 생활비이고, 88만 원은 연금을 받은 한 사람의 평균입니다. 게다가 88만 원에 기초연금이나 개인연금까지 들어가는지는 원문에 나오지 않아 아직 공식 안내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기준이 다른 두 숫자라 서로 빼면 거짓 비교가 됩니다.
평균 하나로는 한 사람의 몫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2026년 1월 국민연금 통계를 인용한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월 100만 원 이상 받는 사람은 110만 4,231명이었고 월 200만 원 이상은 11만 6,166명이었습니다. 같은 연금이라도 받는 액수의 폭이 넓으니, 결국 내 예상 연금액을 넣어 계산해야 합니다.
중장년 취업 칼럼은 이렇게 계산해 보입니다. 국민연금 등 고정 수입이 월 150만 원이면 최소생활비 240만 원보다 매달 90만 원이 모자라고, 1년이면 1,080만 원, 10년이면 1억 800만 원이 됩니다. 여기서 150만 원은 통계가 아니라 필자가 든 가정입니다. 숫자를 내 연금액으로 바꿔 넣어 보라는 계산 틀로 보시면 됩니다.

연금이 나오기 전까지 비는 기간
더 큰 부족은 연금이 나오기 전의 몇 년에서 생깁니다. 2026년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가장 오래 다닌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나이는 53.0세였습니다. 1년 전 조사(2025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는 52.9세였습니다. 그만둔 이유는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이 24.9%, 건강이 22.1%, 가족 돌봄이 15.2%였습니다. 대부분 스스로 고른 때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들리는 말도 같습니다. "60세까지는 당연히 다닐 줄 알았는데 회사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조금 더 일하고 싶었는데 권고사직을 받았습니다."
반면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출생연도에 따라 정해져 있습니다. 공단 안내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 출생연도 | 노령연금 시작 | 조기노령연금 가능 |
|---|---|---|
| 1953~56년생 | 61세 | 56세 |
| 1957~60년생 | 62세 | 57세 |
| 1961~64년생 | 63세 | 58세 |
| 1965~68년생 | 64세 | 59세 |
| 1969년생 이후 | 65세 | 60세 |
이 두 숫자를 이어 붙이기 전에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53.0세는 55~79세 응답자가 가장 오래 다닌 일자리를 그만둔 나이의 평균이라, 여러 출생연도가 섞여 있습니다. 65세는 1969년생 이후의 노령연금 시작 나이입니다. 아래 계산은 한 사람의 실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집단의 두 숫자를 이어 붙인 가정 계산입니다.
그 가정 아래, 53세에 일을 그만둔 1969년생 이후 부부가 다른 소득 없이 월 240만 원으로 산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빈 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정 | 빈 기간 | 월 240만 원 기준 합계 |
|---|---|---|
| 60세 조기노령연금까지 | 7년 | 2억 160만 원 |
| 65세 노령연금까지 | 12년 | 3억 4,560만 원 |
실제 공백은 출생연도와 퇴직 시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니, 이 표는 부족액의 크기를 가늠하는 용도로만 보시면 됩니다. 연금 시작 나이가 앞으로 더 늦춰질 거라는 걱정도 들리지만, 그런 개편은 공식 안내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조기노령연금으로 앞당기면
빈 기간을 줄이는 길로 먼저 떠오르는 것이 조기노령연금입니다. 다만 누구나 60세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연금공단 노령연금 지급요건 안내에 따르면 세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하고, 출생연도별 조기 수령 나이가 되어야 하며,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소득이 있는 업무인지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해 일한 달 수로 나눈 금액으로 가립니다. 이 금액이 A값(2026년 기준 3,193,511원)보다 많으면 소득이 있는 업무로 봅니다. 그만둔 뒤 월 320만 원쯤을 넘게 버는 일을 하면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앞당긴 만큼 금액은 깎입니다. 일찍 받는 해마다 6%씩 줄어드니, 5년을 앞당기면 원래 받을 연금의 70%를 받습니다. 공단이 든 1966년생 예시는 이렇습니다.
| 1966년생 수령 시작 나이 | 지급률 |
|---|---|
| 59세 | 70% |
| 60세 | 76% |
| 61세 | 82% |
| 62세 | 88% |
| 63세 | 94% |
반대로 연금을 미루면 1년마다 7.2%(월 0.6%)씩 늘고, 최대 5년까지 미룰 수 있습니다. 2026년 1월 통계 기준으로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103만 2,661명이었습니다. 빈 기간을 버티려고 깎인 연금을 택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일을 이어 가기
또 하나의 길은 그만둔 뒤에도 소득을 이어 가는 것입니다. 2026년 조사에서 55~79세의 69.2%가 앞으로도 일하고 싶다고 답했고, 일하고 싶은 나이는 평균 73.6세였습니다.
이 글의 숫자만으로 한 가지 가정을 더 해 보겠습니다. 월 240만 원 생활비에서 월 100만 원을 벌면 부족액은 월 140만 원으로 줄고, 12년 합계도 3억 4,560만 원에서 약 2억 16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칼럼 필자는 월 100만 원의 꾸준한 소득을 월 100만 원 임대료가 나오는 5억 원 규모 부동산에 빗댑니다. 1년이면 1,200만 원, 10년이면 1억 2,000만 원이 되는 현금흐름이라는 것입니다.
연금을 받으면서 일할 때 쓰는 기준선은 조기노령연금과 다릅니다. 조기노령연금 신청을 가르는 선은 위에서 본 A값(약 319만 원)입니다. 반면 정상 나이에 노령연금을 받으면서 버는 소득 때문에 연금이 깎이는 선은 월평균 소득 'A값+200만 원', 2026년 기준 519만 원 이상입니다. 공단 안내에 따르면 이 기준은 2025년 소득부터 적용됩니다. 그러니 연금을 받으며 월 100만 원 안팎을 버는 정도로는 이 감액 기준에 걸리지 않습니다.

내 숫자로 다시 계산하는 순서
평균은 크기를 짐작하게 해 줄 뿐이고, 몇 살까지 일해야 하는지는 내 숫자로 계산해야 나옵니다. 칼럼 필자는 공식 기준은 아니지만 다음 순서를 권합니다.
- 자산을 본다: 부동산·금융자산·부채와 국민연금·퇴직연금 예상액
- 지출을 본다: 우리 집의 한 달 최소생활비와 줄일 수 있는 소비
- 부족액을 채울 방법을 고른다: 소비 축소, 자산 활용, 재취업 소득(창업보다 재취업을 먼저)
내 예상 연금액은 정부24의 국민연금 예상 연금 조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 금액과 내 출생연도의 연금 시작 나이를 앞의 표에 넣으면, 빈 기간이 몇 년이고 그동안 한 달에 얼마가 비는지가 내 숫자로 나옵니다. 240만 원은 부부 기준 예상치이니, 혼자 사는 분이나 지출이 다른 집은 자기 생활비로 바꿔 넣는 편이 맞습니다.
그다음 갈림길은 조기노령연금과 재취업 가운데 무엇으로 빈 기간을 메울지입니다.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가입기간이 10년이 넘고 앞으로 버는 돈이 A값 이하로 예상되는지, 곧 조기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인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해마다 6%씩 깎인 연금을 오래 받는 쪽과, 일해서 버티다 제때 받거나 미뤄서 1년마다 7.2% 늘리는 쪽 가운데 무엇이 우리 집 빈 기간을 덜 무겁게 하는지입니다.
